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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림, 스트레스 아닌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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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면 흔히 스트레스나 피로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부정맥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장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자는 중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어지럼증이나 식은땀이 이유 없이 나타난다면 이미 심장에 이상 신호가 켜졌을 가능성도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 최현민 원장(연세새로운내과)과 함께 두근거림의 원인부터 응급상황 대처법,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 심장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까지 자세히 짚어본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스트레스 때문인지, 부정맥 때문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바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두근거림도 결국 부정맥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차이점은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증가는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금방 안정되는 반면, 부정맥으로 인한 두근거림은 스트레스가 사라진 후에도 수분에서 수십 분간 지속돼요. 게다가 흉통,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 같은 증상이 계속 동반되면 부정맥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부정맥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말 그대로 심장 박동이 정상 리듬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맥성 부정맥인데,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뛰는 거예요. 보통 분당 40회 이하로 떨어지죠. 전기 자극을 만드는 동결절에 문제가 생기는 동기능부전증후군이나,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통로가 막히는 방실전도장애가 대표적이에요.

두 번째는 빈맥성 부정맥으로 심장이 너무 빠르게 뜁니다. 분당 15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상심실성 빈맥이나 심방세동 같은 게 있어요. 특히 심방세동은 전기 신호 흐름에 문제가 생겨서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게 특징이에요.

세 번째는 간헐적 부정맥인데,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가끔씩 나타나는 거죠. 심방이나 심실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심방조기수축, 심실조기수축이 여기 해당해요. 증상의 개인차가 크고, 가장 흔한 부정맥이기도 합니다.

운동할 때 심장이 빨리 뛰는 건 오히려 건강한 것 아닌가요?
맞아요. 건강한 사람도 조깅이나 러닝 같은 유산소 운동을 숨 찰 정도로 하면 심박수가 분당 140회 이상 올라가면서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어요. 운동을 안 해도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맥박이 빨라지죠. 이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거예요.

하지만 부정맥으로 인한 두근거림은 달라요. 자율신경계가 조절을 못해서 맥박을 느리게 하려는 신호에도 잘 반응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흉통, 어지럼증, 심리적 불안감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차이를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종종 자다가 갑자기 숨이 막힐 때가 있는데, 이것도 심장 문제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의심해 봐야 합니다. 특히 자는 중에 갑자기 생긴 숨찬 증상은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해요. 잠잘 때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맥박이 정상적으로 느려지거든요. 그런데 상심실성 빈맥이나 심방세동 같은 빈맥성 부정맥이 수면 중에 발생하면 흉통, 두근거림, 숨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실제 저희 병원에 오신 71세 남성 환자분 사례를 보면, 10일 전부터 자다가 숨이 차서 오셨는데 24시간 심전도 검사에서 심방세동이 발견됐어요. 흥미로운 건 낮보다 새벽에 오히려 부정맥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거죠. 그래서 수면 중 증상은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부정맥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일까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첫째,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한지 확인하고 둘째,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인지 확인해야 해요.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빈맥성 부정맥인 상심실성 빈맥은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하고, 심방세동은 약물치료나 전극도자절제술, 최근 많이 하는 냉각풍선절제술로 치료해요. 전극도자절제술은 비정상적인 전기 통로나 자극 발생 부위를 열로 태워서 없애는 시술이고, 냉각풍선절제술은 심방세동 환자의 폐정맥 부위에 풍선 도관을 넣어서 영하 75도로 급속 냉각시켜 부정맥 발생 부위를 한 번에 넓게 제거하는 시술이에요.

서맥성 부정맥인 동기능부전증후군이나 심한 방실차단은 영구형 심박동기를 넣는 게 근본 치료입니다. 심장 안에 전극을 넣고 전기자극 생성기를 왼쪽 가슴 위쪽 피부밑에 심어서 인공적으로 전기 자극을 계속 보내 심장 박동을 유지시키는 거죠. 간헐적 부정맥은 증상 유무에 따라 항부정맥 약물로 치료하거나 경과를 지켜볼 수 있어요. 약물치료는 편리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에요. 본인의 부정맥 치료는 인터넷 검색하지 마시고 심장내과 전문의와 꼭 상담하세요.

심근경색의 주요 증상이 궁금합니다.
급성 심근경색을 겪은 분들 대부분이 평생 느껴보지 못한 심한 흉통을 경험했다고 표현해요. 가슴 한가운데가 심하게 조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오고, 경우에 따라 목이나 어깨, 왼쪽 팔, 명치 부위까지 아프다고 하시죠. 하지만 당뇨병이 오래된 분, 여성, 고령층은 흉통 없이 어지럼증, 호흡곤란, 구역, 구토만 있는 경우도 있어요. 심지어 소화가 안 된다거나 속이 쓰리다는 소화불량 증상으로만 나타나기도 해서 감별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도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나요?
젊은 나이에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는 건 흔하지 않아요. 하지만 청소년 때부터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웠거나,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동맥경화 위험요인이 많으면 일찍 발생할 수 있어요. 또 피임약을 복용하는 젊은 여성도 주의해야 해요. 피임약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고 혈전 생성을 촉진해서 급성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거든요.

심근경색이 오기 전,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가 있다면요?
심근경색의 전구 증상으로는 간헐적인 흉통, 호흡곤란, 어깨 통증, 식은땀, 창백한 안색, 어지러움,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어요. 특히 흉통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도 분명한 위험 신호니까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나마 증상이 있으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구 증상도 없이 갑자기 심근경색이 와서 치료도 못 받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30~40%나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있으면 심장내과에서 꼭 진료받으세요.

응급 상황일 때는 심전도 검사만으로 확인이 가능한가요?
흉통이 있는 급성 심근경색은 심전도 결과만으로도 확진할 수 있어요. 확진 후에는 혈액검사로 심근효소 수치를 보거나 심장초음파로 심장 근육 손상 정도를 파악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이에요. x선으로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막힌 관상동맥 부위를 촬영하고, 바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중재시술까지 하는 게 가장 필수적인 검사이자 치료법입니다.

누군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어떤 응급처치가 필요할까요?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돕겠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우선 119에 먼저 신고하세요. 그리고 다음 4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첫째,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둘째, 숨을 쉬지 않거나 불안정한 호흡을 하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손목이나 목에서 맥박이 뛰는지 확인하고, 넷째,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환자의 의식, 호흡, 맥박이 없으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해요. 가슴 압박점을 찾아서 깍지 낀 두 손바닥으로 가슴을 30회 압박하고, 인공호흡을 2회 하는 것을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반복하세요. 자동심장충격기가 있으면 전원을 켜고 2개의 패드를 오른쪽 가슴 위쪽과 왼쪽 가슴 아래쪽에 붙이세요. 기계가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해서 충격이 필요하면 음성 메시지를 줘요. 자동으로 충전되고 빨간 버튼이 켜지면 그걸 눌러서 심장에 충격을 가해 박동을 정상화시킬 수 있어요.

심정지 당시 심장의 전기적 활동은 심실세동이 가장 많기 때문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리듬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가슴 압박은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혈액이라도 보내려는 노력이라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실제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5% 정도로 매우 낮아요. 그래도 실천의 용기 하나만으로도 정말 큰일을 하시는 겁니다.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꼭 지켜야 할 습관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에요. 흡연은 심근경색의 가장 위험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이 혈관을 손상시키고 혈전 생성을 촉진해서 심근경색 가능성을 높여요. 반드시 금연하셔야 하고, 전자담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한 음주도 심근경색 위험을 높이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소주 반 병이나 맥주 500cc 1~2잔 이내로 조절하거나 아예 금주하시는 게 좋아요.

식단도 중요한데, 저지방·저염 식단을 유지하고 채소와 과일, 지방이 적은 생선을 충분히 드세요. 특히 편의점 가공식품, 나트륨 과다 음식,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는 제한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도 필요한데요. 운동은 세 가지 강도로 나눌 수 있어요.

저강도 운동은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숨찬 증상이 거의 없어서 운동 효과가 없어요. 중간 강도 운동은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사교댄스 같은 걸 일주일에 30분씩 5번, 숨찰 정도로 하는 거예요. 고강도 운동은 러닝, 에어로빅, 줄넘기, 축구, 농구를 일주일에 25분씩 3회, 숨찰 정도로 하는 겁니다.

과체중이나 비만도 심근경색 위험을 높이니까 체중 증가를 항상 주의하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심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고 혈압과 맥박 변동을 심하게 만들거든요. 직장과 가정의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기획 = 박소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